코로나 사피엔스
결국 코로나 시대가 인류에게 던진 질문은 ‘과연 무엇이 중요한가?’이고, 책 『코로나 사피엔스』의 6명의 석학들이 위의 질문에 대해 한 대답들은 결국 “변화”라고 생각한다. 6명의 석학들이 다각도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들을 경제, 환경, 디지털이라는 세 가지 항목으로 간추릴 수 있다.
- 경 경제 구조에서 여러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야수 자본주의와 무한한 성장을 부추기는 시장경제중심에서 인간 중심적 자본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체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효율적으로 충족해 주어서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어 인간 소외 문제와 인간의 무한한 욕망 충족을 위한 과잉 생산의 문제를 야기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자본이 목적이 아닌, 자본은 수단이 되고 인간이 목적이 될 수 있는 인간 중심적 자본주의의 확립이 필수적이다. 이에 더불어, 경제활동을 시장경제에만 맡기지 않고, 시장경제 밖에서 정부 등이 개입하여 형평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무조건적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공공보건과 복지가 지금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향으로의 변화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번지고 나서,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이 경제적으로 직격탄을 맞았고, 실업률이 치솟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각 지자체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기본적인 복지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최소한이라도 인간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복지와 금전적으로 부담 없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공의료가 긴절함에도 현재의 복지와 의료시스템에서 그 요구를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당장의 성장보다는 모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방역과 의료시스템을 비롯한 공공시스템을 갖추어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2. 환경
인류가 반드시 해야 할 또 다른 변화는 자연 보존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에도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를 거쳤지만, 이 주기는 점점 단축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인간이 점점 자연에 침범하고 더 깊게 자연과 접촉하면서 동물에게 있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겨졌기 때문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매년 더 자원을 집중시켜 관리해야 할 질병인 priority diseases를 공개한다. 당연히 최근 발표한 priority diseases의 1순위는 코로나19이다. 그런데 2018년부터 이름 모를 질병 Disease X(질병 X)가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질병이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며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앞으로 더 빈번하게 처음 만나는 질병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매번 현대 자연과학과 의학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했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겪은 후이며, 이는 너무 비효율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 결국 인간은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다. 인간이 자연과 접촉하지 않고 격리된 채 살 순 없다. 그러나 자연과의 거리는 조절할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대재앙을 겪었으니 인류는 드디어 자연을 개발하지 않는 게 이득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제는 생태 중심적인 방향으로 생각의 전환과 그에 따른 행동의 전환을 실행해야만 앞으로 반복될 수도 있는 재앙을 우리 스스로 막을 수 있다.
3. 디지털
코로나19는 문명의 디지털화를 더 가속시켰으며, 인류는 이를 받아들이고 적응해나가야 한다. 2020년 인터넷 보급률 2위 96.0%(Internet World Stats 조사 결과)와 스마트폰 보급률 1위(Pew Research의 조사 결과 스마트폰 보급률 95%로 전 세계 1위)에 빛나는 우리나라는 이미 디지털화가 타국가들에 비해 많이 진행되어, 코로나19 발생 이후 더 발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많은 산업들의 성장이 더딘 가운데, “언택트”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플랫폼 산업들이 급성장했다. 이 오프라인 쇼핑은 감소하고 온라인 쇼핑과 배달이 크게 증가했으며, 재택근무의 비율이 증가되었다.(통계청 2020년 11월 온라인 쇼핑 동향 조사 결과 전년 동월 대비 온라인 쇼핑 거래액 17.2% 증가, 모바일 쇼핑 거래액 21.9% 증가,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 60.6% 증가,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2020년 7월 기준 재택근무 도입 사업체 비율 48.8%) 이 밖에도 이례적인 초중고 비대면 수업과 비대면 회식과 같은 언택트 문화는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새로운 문화로 정착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나 기존 일자리 위협과 같은 이유들로 생긴 규제에 막혀 디지털 산업들이 그 기술력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기성세대의 디지털 문명에 대한 거부감도 성장 저해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는 반드시 디지털 문명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디지털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들은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디지털화에 의한 변화에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산업들이 성장하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기성세대들의 디지털 문명에 대한 거부감은 줄이고 적응력은 높이도록 국가 차원의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책의 내용과 그에 덧붙인 견해들을 위와 같이 “변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정리했지만, 사실 이 “변화”는 결국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누그러뜨리는 일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 문장은 2013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견된 말로, 당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으며 유행처럼 퍼졌다. 그러나 인간이 더 이상 욕심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의 발생과 그에 따른 위기 상황들은 인간의 무한한 욕심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은 결과이자 대가이다. 이번에 이 대가를 지불하고도 끝없는 욕심을 부린다면 위의 유행한 문장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꼴이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으로 장기화되면서 의료진과 관련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피로감이 과도하게 누적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한다. 원래의 옛날로 돌아갈 것인지, 새로운 옛날로 변화할 것인지는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달라질지에 달려있다. 이번 코로나 시대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문제와 그동안 모른 척하고 지나쳤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 기회를 놓치고 인류와 사회가 변하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가 올 때까지 자유를 빼앗기고 목숨을 잃는 대가를 또다시 치러야 할 것이다.